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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추천도서

예정과 언약으로 읽는 그리스도의 구원




10년도 지난 일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알았고, 군 전역 후에 더욱 가까워진 친구가 우리 집 이사를 도와준 후에 내 방에서 함께 잤다. 둘이서 함께 누었는데 그 친구가 내게 ‘지금까지 교회를 다녔지만 잘 이해되지 않는 게 있다고, 예정이 이해되지 않는다. 하나님의 사랑, 은혜, 구원을 의심하는 건 아닌데 예정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당시 나는 칼빈의 ‘기독교강요’를 읽으며 나름대로 가지고 있던 예정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런데 설명을 하는 나도 예정을 설명한다는 것이 인간의 이성으로는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 밤이었다. 사실 그 날 밤 내가 예정을 어떻게 설명했는지 잘 기억 나지 않는다. 다만 ‘기독교강요’를 말했고, 의심이 아닌 믿음을 강조했던 것 같다. 

그 이후로도 몇몇 교회에서 사역하면서 만난 질문을 하는 교사와 학생은 항상 예정에 대해서 물어왔다. 

예정은 교회를 다니고 구원과 삶에 대해 사고하는 그리스도인이라는 누구나 물어보는 주제이다. 그만큼 예정이 인간의 이성으로 이해하기 힘든 것이기도 하고, 지금까지 예정에 대해 속이 시원하게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작년 가을에 ‘예정과 언약으로 읽는 그리스도의 구원’이라는 책을 읽었다. 

어려운 주제를 명확하게 설명하는 강력한 책이다. 특별히 예정을 언약과 함께 설명하며  “그리스도”의 구원으로 연결하는 것이 아주 탁월했다. 

일반적인 구원에 대한 관점은 ‘나의 구원’, 더 나아가도 내 가족, 친구의 구원이다. 그런데 구원을 나의 관점이 아닌 ‘그리스도의 구원’을 말하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이다. 이렇게 구원에 대한 관점의 이동이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참된 구원의 은혜가 무엇인지 바르게 알게 된다. 사실 이것이 성경에서 말하는 우리의 구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금까지 여러 신학의 영향 속에서 구원에서 그리스도를 바라보기보다는 우리 자신을 보는 것에 급급했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가 가져야 할 구원에 대한 바른 관점을 가지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구원을 단순히 죄 사함의 영역에만 국한 시키지 않고, 언약을 통해서 구원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도 이 책의 강점이다. 예정과 언약에 대한 이해를 명료하게 제시하고 예정과 언약의 관계 속에서 구원이 무엇이며, 구원의 은혜를 입은 자의 삶을 포괄적으로 설명한다. 

페이스북을 통해서 느낀 것은 저자인 우병훈 목사는 표현을 쉽게 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어떤 어려운 주제라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여 쉬운 자신의 말로 설명을 하니 그 내용이 비록 무거운 주제라고 해도 읽는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온다. 이런 저자의 글쓰기는 이 책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예정과 언약, 그리스도의 구원. 절대 쉽지 않은 주제인데 이 책은 쉽게 읽힌다. 물론 쉽게 읽고 넘어갈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쉽게 읽히기 때문에 읽은 것을 다시금 곱씹어 보는 시간을 가질 때 좋은 안내 역할을 할 것이다. 


물론 이 책을 읽었다고 예정이 완전히 이해되지는 않을 것이다. 예정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나타난 일이 아닌 감추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감추어진 일은 우리 하나님 여호와께 속하였거니와 나타난 일은 영원히 우리와 우리 자손에게 속하였나니 이는 우리에게 이 율법의 모든 말씀을 행하게 하심이니라”(신명기 29장 29절)는 모세의 신실한 고백처럼 우리가 하나님의 감추어진 일을 이해할 수는 없다. 다만 이 책을 통해서 그리스도의 구원을 받은 우리가 ‘예정과 언약’에서 어떤 위치에 있으며, 그 관계 속에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두려움의 고민이 아닌 삶에 대한 실제 고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쉬운 점

그리스도의 구원을 ‘그리스도’의 직분으로 설명한 부분은 참 좋다. 그러나 지면에 한계 때문인지 선지자, 제사장, 왕의 직분과 우리에 대한 적용이 적은 것은 아쉽다. 사실 지금 있는 교회에서 작년 봄에 ‘예수 그리스도’라는 주제로 3번의 설교를 했었는데 기회가 되면 설교 나눔을 통해서 공유하도록 하겠다.

책 ‘2장 예정과 언약의 관계’ 결론에서 미주 53번이 있다(100페이지). 그런데 미주에는 53번에 대한 내용이 없다(미주 52번이 53의 내용인지, 아니면 53이 생략된 것인지…). 사실 미주가 없어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없다. 그래도 굳이 미주를 붙인 이유가 있을 건데 그 내용이 알고 싶다. 


내가 이렇게 아쉬운 점을 말하는 것을 보면 이 책이 참 마음에 들었나 보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든 것 중 하나는 ‘제4장 질문과 답변’이다. 질문과 답변을 통해서 책을 읽는 동안 가질 수 있는 궁금증들에 대해서 쉽게 설명하고 있다. 어쩌면 이리도 친절한지…